책 리뷰 37

소비 본능 (소비심리, 진화심리학, 마케팅전략)

물건을 살 때 '내가 진짜 필요해서 샀다'라고 확신하시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발자로 첫 월급을 받고 노트북을 고르던 날, 사양을 따지다가 어느 순간 브랜드 로고를 더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게드 사드의 책 소비 본능은 그 순간의 이유를 진화심리학으로 정면으로 설명해 줍니다.우리는 왜 '필요'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가혹시 뷔페에서 배가 불러도 접시를 한 번 더 들고 오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꽤 자주 그랬습니다. 게드 사드는 이 행동을 의지력 부족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다양성 효과(variety effect)라는 개념을 꺼내 듭니다. 여기서 다양성 효과란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인간이 실제 필요량 이상으로 소비하게 되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한 연구에서는..

책 리뷰 2026.06.04

악마와 함께 춤을 (부정적 감정, 감정 수용, 자기 이해)

취업 준비를 하면서 LinkedIn을 열었다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대기업 합격 소식을 올리고, 또 누군가는 첫 프로젝트 배포 후기를 자랑하는데, 저는 그 화면을 보며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감정이 단순한 부러움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향한 실망인지 구분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철학자 크리스타 토마슨의 『악마와 함께 춤을』은 바로 그 감정에 대해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부정적 감정은 제거 대상인가, 신호인가저도 처음엔 시기심이나 조급함 같은 감정이 들면 스스로를 다그쳤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나는 아직 멀었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전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저자인 크리스타 토마슨은 감정을 다룰 때 먼저 감정-이성 이분법(em..

책 리뷰 2026.06.04

인간 제국 쇠망사 (정향진화론, 유전적다양성, 우주이주)

인류가 가장 번성한 그 순간, 실은 멸종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처음엔 과장이라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헨리 지의 책 '인간 제국 쇠망사'를 읽고 나서는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코딩 공부에만 매달려 있던 저로서는, 이 책이 시야를 한껏 넓혀준 계기가 되었습니다.정향진화론: 번성의 정점이 곧 쇠락의 시작이다일반적으로 어떤 종이 번성하면 그 종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저자 헨리 지의 주장은 정반대입니다. 그는 정향진화론(orthogenesis)이라는 관점을 핵심 논거로 제시합니다. 여기서 정향진화론이란, 하나의 종에도 개체처럼 탄생·전성기·소멸의 생명사가 있다는 시각입니다. 쉽게 말해 어떤 왕조든 가장 강성했던 시기 이후 반드..

책 리뷰 2026.06.03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 (토지 특성, 금융 위기, 청년 현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집값 걱정하기 전에 일단 월급부터 받아야 하는데, 왜 어른들은 항상 부동산 얘기만 하는 걸까. 저도 개발자로 일하다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그 의문이 커졌고, 그러던 중 마이크 버드의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를 읽게 되었습니다. 부동산이 단순한 재산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힘이라는 걸, 이 책은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토지가 가진 세 가지 특성부동산 얘기를 하면 "강남 집값이 얼마다", "지금 사야 하냐 말아야 하냐" 같은 실용적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질문보다 훨씬 앞단에서 시작합니다. 왜 토지라는 자산이 이렇게 특별한 위치를 갖게 됐는가, 하는 구조적 질문입니다.저는 처음에 이게 지나치게 이론적인 접근 아..

책 리뷰 2026.06.03

인터메초 리뷰 (심리묘사, 문체, 관계서사)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장편소설 『인터메초』는 출간 직후 영미권 문학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소설 중 하나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유명한 소설이려니 하고 별 기대 없이 펼쳤는데, 50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소설이 왜 지금 이 시기에 읽혀야 하는지, 그리고 솔직히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는 부분은 어디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심리묘사, 샐리 루니가 쓴 방식이 다른 이유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문체 자체입니다. 샐리 루니의 글쓰기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변형한 방식을 씁니다. 여기서 의식의 흐름이란 인물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논리적 순서 없이, 떠오르는 대로 연속해서 서술하는 소설 기법입니다. 제임스 조이스나..

책 리뷰 2026.06.03

가족이라는 사치 (가족주의, 저출생, 시스템)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명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저는 이 수치를 접했을 때 묘하게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취업 준비를 다시 시작하면서 결혼이나 출산은 제 머릿속에서 한참 뒤로 밀려난 지 오래였거든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의 저서 『가족이라는 사치』를 읽으면서 꽤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가족주의,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혹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부모님께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며 공감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개발자로 다시 취업을 준비하면서 "좋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 안에는 순수한 커리어 욕심만 있는 게 아니라,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싶다는 감정도 분명히 섞여 있습니다.진미..

책 리뷰 2026.06.03

경험의 멸종 (직접경험, 디지털기록, 기술활용)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작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정작 기억에 남는 건 풍경이 아니라 어떤 사진이 더 잘 나왔는지였습니다. 바다 앞에서도 카메라 앱을 켜고 각도를 재고 있었던 거죠.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게 꽤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경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직접경험이 사라지는 시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직접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직접 경험이란 특정 시간과 공간 안에서 몸과 감각을 가진 존재로서 실제로 겪는 체험을 말합니다. 책에서 읽거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말 그대로 "네가 거기 있었어야 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경험입니다.흥미로운 데이터가 있습니다..

책 리뷰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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