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강할수록 더 쉽게 무너진다는 걸 아시나요? 카프카의 『시골 의사』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이 짧은 단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눈보라 속 왕진길, 사라진 하녀, 치료할 수 없는 상처. 그 모든 장면이 직장에서 느꼈던 어떤 감각과 정확히 겹쳤기 때문입니다.무력감: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도 달려야 하는 이유카프카의 단편 「시골 의사」에서 의사는 한겨울 눈보라가 치는 밤 왕진 요청을 받습니다. 말은 없고,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하인이 마차와 말을 내어주는데 그 존재가 현실적인지 환상인지조차 불분명합니다. 이처럼 작품 전반에 깔린 것이 바로 실존주의적 무력감(existential helplessness)입니다. 여기서 실존주의적 무력감이란 외부 상황이나 타인의 요구에 끌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