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37

사피엔스 핵심 요약 (상상의 질서, 농업혁명, 인지혁명)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있을까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저는 이 질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지만, 그 안에는 인류의 발전을 당연히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 온 제 생각을 흔드는 시선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습니다. 여기서는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 세 가지 큰 줄기를 중심으로, 제가 직접 읽으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인지혁명과 상상의 질서 — 인류가 거대한 사회를 만든 진짜 이유인간이 다른 동물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힘도 아니고, 속도도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답이 생각보다 훨씬 낯선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유발 하라리는 약 7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에게 일어난 변화를 인지혁명(Cogni..

책 리뷰 2026.08.12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질문의 힘, 수행적 언어, 문화 교류)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린다. 750만 년을 계산한 슈퍼컴퓨터가 내놓은 정답이 '42'였던 이유는 연산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었다. 서동욱 철학자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접하고 나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철학책이라는 말에 지레 겁먹고 미루던 책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오히려 제 일상의 언어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질문의 힘 — 정답보다 먼저 와야 하는 것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깊은 생각(Deep Thought)'이라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합니다. 이 컴퓨터는 "우주와 그 모든 것의 해답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750만 년 동안 연산한 끝에..

책 리뷰 2026.08.10

역사는 좌우가 아니다 (고전적 자유주의, 개방성, 포퓰리즘)

Java 개발자로 일하면서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쓰는 기술은 왜 다 영어 이름이지?" Linux 커널, Spring 프레임워크, Git 저장소까지, 제가 매일 다루는 것들 대부분이 서구에서 시작해 전 세계 개발자들이 함께 키워온 오픈소스 생태계입니다. 파리드 자카리아의 책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를 읽고 나서 그 이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걸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좌우 구분이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선거 뉴스를 보다가 "저 사람은 좌파야, 우파야?"를 따지는 데 에너지를 다 쓰고, 정작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놓쳐버리는 경험. 저는 꽤 자주 그랬습니다.자카리아는 이 책에서 바로 그 지점을 짚습니다. 경제적 좌파란 분배 중심, 강한 규제, ..

책 리뷰 2026.06.07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맥락, 착각, 창작)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Java 개발자로 일하면서 늘 "코드는 정확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살아왔는데, 한 편의 소설이 그 확신을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스기 우이의 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티백 한 장에서 시작된 명언한 줄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다룹니다. 착각, 우연,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진짜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명언의 출처와 맥락, 왜 중요한가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개발 공부를 하다 보면 Stack Overflow나 GitHub에 올라온 코드 스니펫(code snippet)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여기서 코드 스니펫이란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떼어낸 짧은 코드 조각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코드가 어느 버전의 라이브러리를 ..

책 리뷰 2026.06.07

왜의 쓸모 (사회적 관계, 이유 설명, 의사소통)

사람들은 왜 틀린 이유를 말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까요. 저도 처음에 이 질문을 마주쳤을 때 꽤 당황했습니다. 찰스 틸리의 『왜의 쓸모』는 '이유'라는 것이 진실 전달 수단이 아니라 관계 조율의 도구라는 점을 사회학적으로 파고드는 책입니다. 직접 읽어보니, 제가 개발자로 일하며 매일 했던 행동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왜 우리는 이유를 말하는가 — 사회적 관계 조율 도구로서의 설명개발자로 일할 때, 서버 장애가 발생하면 저는 항상 두 가지 버전의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같은 장애인데도 보고 대상이 달라지면 설명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동료 개발자에게는 스택 트레이스(stack trace), 즉 오류가 발생한 코드 실행 경로를 그대로 보여주며 SQL 쿼리의 어느 지점에서 데드락(deadlock)..

책 리뷰 2026.06.07

외계인 자서전 (서사 구조, 정체성, 고독)

SF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이 날 뻔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솔직히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달랐습니다. 마리 헐린 버티니의 『외계인 자서전』을 덮고 나서 한동안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Java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 새벽에 혼자 코드를 들여다보며 "내가 이 길을 가는 게 맞는 건가"라고 중얼거리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입니다.40년 인생을 꿰뚫는 서사 구조, 어떻게 설계되었나이 소설의 서사 구조(narrative structure)는 꽤 독특한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서사 구조란 이야기를 배열하고 전달하는 방식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떤 시제로 보여주느냐가 핵심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아디나 조르노의 탄생부터 40여 년을 시간 순으로 따..

책 리뷰 2026.06.06

편안함의 습격 (편안함, 자가포식, 도파민)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재취업 준비를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있었습니다. Java 공부가 막히면 유튜브, 임베디드 코드가 안 풀리면 인스타그램. 그게 습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한 권을 읽고 나서 그게 습관이 아니라 회피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로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이 그 계기였습니다.왜 우리는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게 됐을까혹시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어 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저는 솔직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화장실에서도, 심지어 밥을 먹으면서도 화면을 보고 있으니까요.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날을 저자는 "따분함이 사망 선고를 받은 날"이라고 표현..

책 리뷰 2026.06.06

성공과 운의 법칙 (배경과맥락, 핵심분석, 실전적용)

열심히 했는데 왜 나는 안 됐을까, 한 번쯤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Java 개발자로 3년을 일하면서 그 질문을 꽤 자주 했습니다. 캐스 선스타인의 『페이머스』는 그 질문에 솔직한 답을 내놓는 책입니다. 유명해지는 데 실력만큼이나 운과 사회적 맥락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이 왜 불편하면서도 위안이 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줍니다.배경과 맥락: 비틀즈 없는 세상에서도 비틀스 노래는 통할까영화 『예스터데이』를 보셨나요? 비틀즈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그들의 노래를 혼자 기억하는 남자가 그 노래들로 슈퍼스타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 전제는 간단합니다. 위대한 노래는 누가 부르든, 어느 시대든 반드시 통한다는 것이죠.저자는 여기서 브레이크를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이 질문을..

책 리뷰 2026.06.06

그녀를 지키다 (서사구조, 성장서사, 역사소설)

공쿠르상(Prix Goncourt)은 프랑스 문학 최고 권위의 상으로, 수상작이 곧 그해 최고의 소설로 통하는 기준이 됩니다. 장 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는 2023년 그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을 펼쳐 들면서 솔직히 이 분량에 먼저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좀처럼 멈추기가 어려웠습니다.80년을 담은 서사구조,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소설은 1986년 사크라 수도원에서 시작합니다. 여든두 살의 한 노인이 임종을 앞두고 수도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그가 갑자기 입을 달싹이고, 다음 장면에서는 그 노인 자신의 목소리로 1904년부터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이 소설이 구조적으로 탁월한 이유는 이른바 프레임 내러티브(frame narrati..

책 리뷰 2026.06.05

컬트 (카리스마, 집단심리, 비판적사고)

장애 분석을 하다 보면 한 사람의 말만 믿고 결론을 내렸다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판단이 엇나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도 직접 겪었습니다. 『컬트』를 읽으면서 계속 그 장면이 겹쳐 보였습니다. 수백 명이 한 사람의 말만 믿고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카리스마가 어떻게 집단을 지배하는가책에는 아홉 개의 컬트 사건이 등장하는데, 그중 찰스 맨슨과 짐 존스의 사례가 특히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찰스 맨슨은 키 160cm, 체중 60kg의 왜소한 체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성기에 100명에 가까운 추종자를 거느렸고,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살인을 지시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저도 같은 의문이 들었는데, 그 답이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나와 있..

책 리뷰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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