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4

고리오 영감 (파리 사회, 부성애, 물질주의)

주변 사람에게 정성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상황을 겪고 나서야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 단순한 19세기 소설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딸에게 전 재산을 바쳤지만 장례식조차 혼자 치러진 한 노인의 이야기. 읽는 내내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파리 사회, 진흙탕 속의 인간들『고리오 영감』은 1834~35년에 발표된 오노레 드 발자크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연작 소설 『인간 희극(La Comédie humaine)』을 구성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여기서 『인간 희극』이란 발자크가 프랑스 사회 전체를 소설로 기록하겠다는 야심으로 기획한 방대한 연작 프로젝트를 의미합니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의 묶음이 아니라, 동일한 인물들이 반복 등..

책 리뷰 2026.08.23

인간의 굴레에서 (자기기만, 집착, 자기수용)

『인간의 굴레에서』는 출간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특별하지 않은 삶은 실패한 삶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저는 주인공 필립 캐리가 딱히 좋은 사람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어딘가 어긋난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기만과 집착 — 우리는 왜 알면서도 반복하는가혹시 머리로는 "이건 아닌데"라고 알면서도 도저히 멈추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 감각이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필립 캐리는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납니다. 그가 가진 내반족(club foot)— 선천적으로 발이 안쪽으로 비틀린 상태 — 은 단순한 신체 조건을 넘어 그의 내면 전체를 형성하는 그림..

책 리뷰 2026.08.22

허클베리 핀의 모험 (사회적 편견, 짐의 자유, 문학의 재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년의 뗏목 여행 이야기라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허클베리가 짐을 도우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1885년에 발표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50권 중 4위에 올랐고, 역대 미국 문학 작품 번역 순위 1위를 기록한 작품입니다. 그 이유를 읽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사회적 편견: 배운 것이 옳은 게 아닐 수 있다제가 직접 읽어봤는데, 이 소설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인상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허클베리가 짐의 탈출을 도우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입니다. 그 죄책감의 방향이 충격적입니다. 그는 흑인을 함부로 대하는 백인 사회에 분노하는..

책 리뷰 2026.08.20

동물농장 줄거리 (배경맥락, 권력분석, 현실적용)

혁명이 성공하면 세상이 달라질까요? 『동물농장』을 읽으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정반대였습니다. 혁명의 언어가 가장 먼저 부패한다는 것, 그리고 가장 열심히 일한 존재가 가장 먼저 버려진다는 것. 조지 오웰이 1945년에 쓴 이 얇은 소설이 8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찔리는 이유가 있습니다.혁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창원 농장의 배경과 맥락『동물농장』의 배경은 무책임한 농부 밑에서 착취당하던 창원 농장입니다. 먹이통은 비어 있었고, 농부는 술에 취해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이 극한의 상황이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돼지 영감의 연설은 단순했지만 핵심을 찌릅니다. "우리가 모든 일을 다 했는데, 왜 인간이 다 가져가는 거냐." 저도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꽤 공감했습니다. 생산 수단(means o..

책 리뷰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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