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 2

파리대왕 (봉화, 집단심리, 짐승의 정체)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이 처음 한 일은 놀라울 정도로 어른스러웠습니다. 규칙을 정하고, 대장을 뽑고,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과연 내가 저 섬에 있었다면, 끝까지 소라를 들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봉화가 꺼지던 순간, 저도 무언가를 잃었습니다『파리대왕』에서 봉화는 단순한 불꽃이 아닙니다. 공동체가 합의한 목표, 즉 문명 세계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의 상징입니다. 아이들이 처음 봉화를 피울 때만 해도 그 불은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잭의 사냥 부대가 멧돼지 추격에 정신이 팔린 사이 봉화는 꺼졌고, 마침 지나가던 배는 그냥 떠나버렸습니다.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다들 역할과 ..

책 리뷰 2026.08.29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예술적 소외, 창조의 가치, 실용성)

쓸모없는 것은 정말 가치도 없는 걸까요?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단편소설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를 읽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바로 이 질문이었습니다. 5년을 바쳐 만든 나비 기계가 아이의 손 안에서 한순간에 부서지는 장면, 그 장면이 이상하게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예술적 소외 —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의 고독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자신이 정말 공들인 부분을 상대방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때의 그 허탈함 말입니다. 저도 어떤 작업을 하면서 작은 디테일 하나에 며칠을 고민한 적이 있는데, 결과물을 보여줬더니 돌아온 반응이 "그래서 이게 어디다 쓰는 거야?"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순간 느꼈던 감각이 호손이 묘사하는 오웬의 ..

책 리뷰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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