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추천 3

인간의 굴레에서 (자기기만, 집착, 자기수용)

『인간의 굴레에서』는 출간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특별하지 않은 삶은 실패한 삶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저는 주인공 필립 캐리가 딱히 좋은 사람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어딘가 어긋난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기만과 집착 — 우리는 왜 알면서도 반복하는가혹시 머리로는 "이건 아닌데"라고 알면서도 도저히 멈추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 감각이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필립 캐리는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납니다. 그가 가진 내반족(club foot)— 선천적으로 발이 안쪽으로 비틀린 상태 — 은 단순한 신체 조건을 넘어 그의 내면 전체를 형성하는 그림..

책 리뷰 2026.08.22

시골 의사 (무력감, 책임의 한계, 부조리)

책임감이 강할수록 더 쉽게 무너진다는 걸 아시나요? 카프카의 『시골 의사』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이 짧은 단편이 이렇게 오래 머릿속에 남을 줄 몰랐습니다. 눈보라 속 왕진길, 사라진 하녀, 치료할 수 없는 상처. 그 모든 장면이 직장에서 느꼈던 어떤 감각과 정확히 겹쳤기 때문입니다.무력감: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도 달려야 하는 이유카프카의 단편 「시골 의사」에서 의사는 한겨울 눈보라가 치는 밤 왕진 요청을 받습니다. 말은 없고,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하인이 마차와 말을 내어주는데 그 존재가 현실적인지 환상인지조차 불분명합니다. 이처럼 작품 전반에 깔린 것이 바로 실존주의적 무력감(existential helplessness)입니다. 여기서 실존주의적 무력감이란 외부 상황이나 타인의 요구에 끌려다니..

책 리뷰 2026.08.19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질문의 힘, 수행적 언어, 문화 교류)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린다. 750만 년을 계산한 슈퍼컴퓨터가 내놓은 정답이 '42'였던 이유는 연산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었다. 서동욱 철학자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를 접하고 나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철학책이라는 말에 지레 겁먹고 미루던 책이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오히려 제 일상의 언어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질문의 힘 — 정답보다 먼저 와야 하는 것더글러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는 '깊은 생각(Deep Thought)'이라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합니다. 이 컴퓨터는 "우주와 그 모든 것의 해답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750만 년 동안 연산한 끝에..

책 리뷰 202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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