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3

파리대왕 (봉화, 집단심리, 짐승의 정체)

무인도에 떨어진 아이들이 처음 한 일은 놀라울 정도로 어른스러웠습니다. 규칙을 정하고, 대장을 뽑고,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과연 내가 저 섬에 있었다면, 끝까지 소라를 들고 있을 수 있었을까요?봉화가 꺼지던 순간, 저도 무언가를 잃었습니다『파리대왕』에서 봉화는 단순한 불꽃이 아닙니다. 공동체가 합의한 목표, 즉 문명 세계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의 상징입니다. 아이들이 처음 봉화를 피울 때만 해도 그 불은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잭의 사냥 부대가 멧돼지 추격에 정신이 팔린 사이 봉화는 꺼졌고, 마침 지나가던 배는 그냥 떠나버렸습니다.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처음에는 다들 역할과 ..

책 리뷰 2026.08.29

인간의 굴레에서 (자기기만, 집착, 자기수용)

『인간의 굴레에서』는 출간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특별하지 않은 삶은 실패한 삶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집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 때 저는 주인공 필립 캐리가 딱히 좋은 사람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어딘가 어긋난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기기만과 집착 — 우리는 왜 알면서도 반복하는가혹시 머리로는 "이건 아닌데"라고 알면서도 도저히 멈추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 감각이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필립 캐리는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납니다. 그가 가진 내반족(club foot)— 선천적으로 발이 안쪽으로 비틀린 상태 — 은 단순한 신체 조건을 넘어 그의 내면 전체를 형성하는 그림..

책 리뷰 2026.08.2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삶의 모순, 실존주의, 밀란 쿤데라)

솔직히 저도 한동안 이 책 표지만 봤습니다. 제목은 외우고 있으면서 "읽었냐"는 질문엔 얼버무렸죠. 그러다 어느 날 미래 준비와 지금의 쉼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게 바로 이 소설이 말하는 '모순'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닙니다. 한 번뿐인 삶 앞에서 무겁게 살아야 하는지, 가볍게 살아야 하는지 끝내 답을 주지 않는 소설입니다.삶의 모순 — 가벼움과 무거움은 왜 항상 함께 옵니까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소설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거창한 철학 지식은 필요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날 아침 "오늘 쉴까, 해야 할 일 할까"를 고민하던 그 5분이 훨씬 더 직접적인 입구였습니다.밀란 쿤데라는 이 소설에서 실존주의(Exis..

책 리뷰 202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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