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적힌 연도를 보고 잠깐 멈칫했습니다. 1920년대. 고작 100년 전이라는 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권 『한국 단편 문학선 1』에는 1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에 쓰인 작품들입니다. 읽는 내내 사전을 찾아야 했고, 일본어가 그대로 박혀 있는 대화체에서 '지리가미(휴지)'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잠시 멍해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불편하고, 가장 오래 남은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소설이 보여주는 두 가지 시대의 민낯이 책에 실린 19편 중 현진건의 「빈처」 한 편을 제외하면 전부 지금으로부터 100년 이내에 쓰인 작품들입니다. 구체적으로는 5편이 1920년대, 9편이 1930년대, 5편이 1940년대 작품이고, 이 중 해방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