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8

홀로코스트 (안네 프랑크, 반유대주의, 역사 교육)

홀로코스트로 목숨을 잃은 유대인은 약 600만 명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솔직히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네 프랑크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 숫자 하나하나가 각자의 삶을 살던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게 비로소 실감됐습니다. 이 글은 그 이야기에서 출발합니다.안네 프랑크, 13살 소녀가 숨어야 했던 이유1942년 여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집에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손에 든 건 편지 한 장이었는데, 열어보니 나치 유대인 이민국에서 보낸 소환장이었습니다. 노동 수용소에 가게 됐으니 준비물을 챙기라는 내용, 그리고 거부하면 처벌하겠다는 경고가 적혀 있었습니다.소환장을 받은 건 13살 안네의 언니 마르고트였습니다. 그날 밤 언니에게 사실을 전해 들은 안네는 무서워서 ..

책 리뷰 2026.08.18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데미안』을 읽고 "나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인 분들, 혹시 그 교훈이 이미 절반짜리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도 한동안 헤세를 '자기계발 고전'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를 이어서 읽어보니, 이 세 권은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라 서로를 반박하고 보완하는 하나의 거대한 사유 실험이었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 — 개인의 실패인가, 사회의 실패인가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신학교 입학, 무단이탈, 반복되는 휴학과 복학, 그리고 "시인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학교를 떠난 일까지, 그의 청소년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습니다. 이 시절을 그대로 옮겨놓은 작품이 『수레바퀴 아래서』입니다...

책 리뷰 2026.08.1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삶의 모순, 실존주의, 밀란 쿤데라)

솔직히 저도 한동안 이 책 표지만 봤습니다. 제목은 외우고 있으면서 "읽었냐"는 질문엔 얼버무렸죠. 그러다 어느 날 미래 준비와 지금의 쉼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게 바로 이 소설이 말하는 '모순'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닙니다. 한 번뿐인 삶 앞에서 무겁게 살아야 하는지, 가볍게 살아야 하는지 끝내 답을 주지 않는 소설입니다.삶의 모순 — 가벼움과 무거움은 왜 항상 함께 옵니까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소설의 핵심을 이해하는 데 거창한 철학 지식은 필요 없었습니다. 오히려 어느 날 아침 "오늘 쉴까, 해야 할 일 할까"를 고민하던 그 5분이 훨씬 더 직접적인 입구였습니다.밀란 쿤데라는 이 소설에서 실존주의(Exis..

책 리뷰 2026.08.16

왜의 쓸모 (이유의 맥락, 관습과 코드, 권력관계)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이유를 잘 설명하는 것이 곧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정확하면 정확할수록 좋다고요. 그런데 『왜의 쓸모』를 읽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찰스 틸리(Charles Tilly)는 인간이 이유를 대는 행위 자체를 사회학적으로 해부하는데, 읽으면서 제가 평소에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씩 떠올라 꽤 민망해졌습니다. 이유를 댄다는 것의 진짜 의미찰스 틸리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유를 말하는 동물이라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그가 집중하는 건 그 이유가 맞느냐 틀리느냐가 아닙니다. 대체 왜 인간은 굳이 이유를 대는가, 그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파고들죠.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게 생각보다 훨씬 와닿는 ..

책 리뷰 2026.08.15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요조, 자기혐오)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겉도는 기분, 한 번쯤 느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는 『인간 실격』을 처음 읽었을 때 주인공 요조가 낯선 인물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본 듯한 얼굴처럼 느껴졌습니다. 1948년에 발표된 소설인데도 지금 이 시대의 독자들, 특히 2030세대가 꾸준히 찾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이유를 세 가지 층위에서 들여다봅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요조를 만들기까지 — 작가의 배경『인간 실격』을 이해하려면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먼저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다자이는 일본 동북 지방의 대지주 가문, 쓰시마 가의 열 번째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유모의 손에 맡겨졌고, 가문의 부가 고리대금업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자기혐오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여기..

책 리뷰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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