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8

인터메초 리뷰 (심리묘사, 문체, 관계서사)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장편소설 『인터메초』는 출간 직후 영미권 문학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소설 중 하나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유명한 소설이려니 하고 별 기대 없이 펼쳤는데, 50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소설이 왜 지금 이 시기에 읽혀야 하는지, 그리고 솔직히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는 부분은 어디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심리묘사, 샐리 루니가 쓴 방식이 다른 이유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문체 자체입니다. 샐리 루니의 글쓰기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기법을 변형한 방식을 씁니다. 여기서 의식의 흐름이란 인물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논리적 순서 없이, 떠오르는 대로 연속해서 서술하는 소설 기법입니다. 제임스 조이스나..

책 리뷰 2026.06.03

가족이라는 사치 (가족주의, 저출생, 시스템)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명을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저는 이 수치를 접했을 때 묘하게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취업 준비를 다시 시작하면서 결혼이나 출산은 제 머릿속에서 한참 뒤로 밀려난 지 오래였거든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진미정 교수의 저서 『가족이라는 사치』를 읽으면서 꽤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가족주의,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혹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부모님께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며 공감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개발자로 다시 취업을 준비하면서 "좋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 안에는 순수한 커리어 욕심만 있는 게 아니라, 부모님을 안심시키고 싶다는 감정도 분명히 섞여 있습니다.진미..

책 리뷰 2026.06.03

경험의 멸종 (직접경험, 디지털기록, 기술활용)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작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정작 기억에 남는 건 풍경이 아니라 어떤 사진이 더 잘 나왔는지였습니다. 바다 앞에서도 카메라 앱을 켜고 각도를 재고 있었던 거죠.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게 꽤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접 경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직접경험이 사라지는 시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직접 경험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기서 직접 경험이란 특정 시간과 공간 안에서 몸과 감각을 가진 존재로서 실제로 겪는 체험을 말합니다. 책에서 읽거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말 그대로 "네가 거기 있었어야 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경험입니다.흥미로운 데이터가 있습니다..

책 리뷰 2026.06.03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