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상황에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래 뭘 하고 싶었는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새로운 일을 배우면서 익숙하던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아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꽤 됩니다. 그때 우연히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다시 펼쳤는데, 2천 년 전 신화가 지금 제 상황을 이렇게 정확하게 짚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혼돈과 질서 — 무너지는 순간이 사실은 시작이었다『변신 이야기』는 카오스(Chaos), 즉 아무런 형태도 경계도 없는 원초적 혼돈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카오스란 단순한 무질서가 아니라, 빛과 어둠,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구분 없이 뒤엉켜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오비디우스는 이 거대한 혼돈 속에 어떤 신 혹은 자연의 힘이 개입하면서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벼운 불의 기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