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어보니 알겠더라고요.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는 머릿속에서 아무리 따져봐도 답이 안 나온다는 걸. 저도 처음엔 잘 고민해서 선택하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읽고 나서 그 믿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고민보다 경험이 먼저라는 걸, 이 두꺼운 소설이 꽤 설득력 있게 보여주거든요. 천성이라는 말, 생각보다 묵직하더라고요이 소설에서 가장 먼저 붙잡힌 단어가 '천성(Natur)'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타고난 기질과 자질, 즉 내가 어떤 사람으로 태어났느냐의 문제입니다. 빌헬름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보여준 인형극 하나로 연극에 완전히 빠져듭니다. 무대에 자신의 삶을 다 쏟아붓길 원했던 사람이죠.그런데 막상 그 길을 걸으면서 수없이 회의를 느낍니다. ..